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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tchat

'The Grand Palace of Joseon Dynasty’라...

중략...

문화재청은 한국 대표 문화재의 영문 명칭도 의미를 알기 쉽게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하고 있는 경복궁(Gyeongbokgung), 불국사(Bulguksa)등의
명칭을 외국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경복궁은 ‘The Grand Palace of Joseon Dynasty’
창덕궁은 ‘The Palace of Secret Garden'’등으로 바꿀 계획이다.

[원문출처]
http://news.media.daum.net/culture/others/200801/10/newsis/v19566999.html

문화재청이 외국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나라 문화재의 영문 명칭을 개명할
예정이라는 소식이다.
언뜻 이해가는 듯 보이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태이다.

각 국가마다 인류가 보전해야할 문화재가 도처에 널려있지만, 그 명칭은 어느 하나
중복됨이 없다.
같은 시대든, 건축양식이든, 같은 의미를 품든 그 어떤 교집합이 있다고 하더라도
문화재는 고유명칭이 존재한다.
나라마다 암석을 쌓아 만든 성이 존재한다고 해서 그 성들의 명칭을 모조리
'차이니즈 캐슬', '재패니즈 캐슬', '코리아 캐슬'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각 성마다, 각 성벽마다, 각 동굴마다 고유명칭이 존재한다.

문화재청이 외국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
'경복궁'의 영문명을 'The Grand Palace of Joseon Dynasty’로
'창덕궁'의 영문명을 'The Palace of Secret Garden'으로 변경하는 계획은
마치 '철수'와 '영희'라는 이름이 외국인에게는 발음도 생소하고 어려우니
그네들 편하게 'Tom'과 'Jane'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겠다는 발상이다.

물론 정식명칭을 바꾼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은 잘 안다.
하지만 외국에서 들어온 외래어 표기의 기본은 외래어 발음을 그대로 반영해서
오해없도록 하는 것이 기본이다.
왜 다른 나라 외래어 표기에는 관대한 것도 모자라서 넘치도록 친절을 베푸는
나라가 자국의 지키고 알려야 할 문화재의 고유명칭은 근거도 논리도 없는 허접한
영어표기로 대체하려고 하는지 좀체로 이해가지 않는다.

한국관광공사에서 나온 발상이라고 해도 무지한 행정이라고 욕을 해주고 싶은데
문화재청이 이런 몰상식한 발상을 나서서 추진하겠다는 것이 더 기가 찰 노릇이다.      
다른 곳에서 바꾸라고 해도 반대해야 하는 곳이 아니던가?

문화재의 고유 명칭은 영문명이라고 하더라도 원래 명칭 그대로 반영해야 한다.
경복궁과 불국사와 창덕궁은 전 세계 어느 나라 사람이 와도 경복궁, 불국사, 창덕궁으로
불러야 하는 것이다.
외국인의 이해를 돕고 싶다면 영문명 변경이 아니라 고유명칭에 상세한 주석을 달아야
하는 것이지 명칭를 손대는건 정말 무지한 짓이다.

'김치'도 '코리아 피클'이 아니다.
영어든, 불어든, 노어든, 독어든 어느 나라말이 됐든 발음은 '김치'로 읽어야 하는게 맞다.
'비빔밥'도 '믹스 라이스'가 아니라 언제나 '비빕밥'으로 불려야 하고 '떡'은 '라이스 케익'이
아니라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떡'이라고 불려야 한다.
관광 홍보전단이든 식당의 메뉴판이든 웹사이트의 소개글이든 고유명칭 아래에 주석을
붙이는게 관건이지 고유명칭을 변경하는 것은 주객전도라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이것은 외국인의 관광편의를 봐주는 일이 아니다.
매우 잘못된 홍보시각을 가지고 만든 행정이며 영어가 불러 온 새로운 사대주의가 자신도
모르게 드러난 행정이라고 보여진다.

북미나 유럽의 어느 외국인이 한국 사람을 만날 때 한국인의 편의를 위해 한국어 이름을
만들어서 알려주던가?
영어이름을 따로 만들어 알려주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아주 유별나다. 그 여파가 이제 국가
문화재에도 미치는 것인가?
왜 이런 자존심도 없는 짓을 스스로 나서서 하는 것인지...

국가 문화재는 관광자원이기도 하지만 민족의 자존심이다.
문화재청의 말도 안되는 졸속행정이 너무나 아쉽기만 하다.